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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일기

무너지지 않기 위해 오늘도 달린다.

달리기 시작

작년 가을, 나는 취준생 신분으로 내 또래 애들이랑 같이 나이를 먹어가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잡지 못했다는 불안감과 압박감이 극에 달았다. 또한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상태로 내년을 맞이하게 된다면 멘탈적으로 견디기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 자신에게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단지 생각에서 끝이 났다.

 

어느 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이웃 주민 아주머니를 만났다. 아주머니는 어렸을 적부터 만나면 인사하고 가끔 안부를 묻는 사이였다. 운동하러 나가시는 것 같아서 여태 그랬듯 인사하고 지나가려 했는데 아주머니께서 갑자기 나한테 달리기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면서 달리기를 권했다. 매일 근처 하천을 따라 뛰면서 상쾌한 기분을 얻고 몸이 건강해진다고 말씀해 주셨다. 나는 일단 아주머니의 말씀에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막상 뛸 생각 하니 숨이 차며 다리가 저린 느낌이 났다.

 

그러고 시간이 흘러 추석 연휴가 시작됐고 모든 취준생들이 그렇듯 명절날 친척들, 가족들 눈치를 보며 연휴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당시 생각해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마음이 답답하고 머리가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시원한 바람을 쐬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저번에 만났다 아주머니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큰 망설임 없이 가벼운 복장으로 근처 하천가로 나왔다.

달리기 루틴 만드는 과정

오랜만에 달리는거라 그냥 페이스 조절 없이 무작정 빨리 뛰었다. 숨이 차오르며 종아리에 갑작스러운 자극이 오는 것을 참아내며 뛰었다. 그렇게 왕복 3km를 뛰고 나니 몸이 좀 개운해지고 시원한 바람을 맞다 보니 머리가 차가워져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을 받았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니 몸이 나른해지며 이전보다 일찍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다음 날, 다리 스트레칭이 잘 안 됐는지 종아리가 살짝 저리면서 나가기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이전의 나로 돌아갈 것 같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어 일단 나갔다. 작심삼일은 하기 싫고 달라지고 싶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왕복 6km를 안 쉬고 완주한다는 목표를 정하고 뛰었지만 쉽지 않았다. 여러 번 멈춰서 숨을 고르며 끝내 도착했을 때 완주를 했다는 기쁨과 동시에 좀 더 뛸 수 있는 몸 상태였다고 생각되는 아쉬움을 느꼈다. 그렇게 나는 매일 지난 달리기의 아쉬움을 이겨내기 위해 뛰었다.

달리기로 받은 영향

그러다 점차 기온이 떨어지면서 더 이상 뛰기 힘든 환경이 되어 달리기를 중단해야했다. 이제 막 시작했는데 벌써 그만둬야 된다는 생각이 너무 아쉬웠다. 그렇지만 나는 달리기 루틴을 통해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는 끈기와 나 자신의 한계를 넘어보고 싶은 투지를 얻었다. 나는 이 마음가짐을 가지고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취업 준비에 몰두할 수 있었다.

 

올해 초, 나는 취업에 성공하여 회사를 다닐 수 있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신입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이 버겁게 느껴졌지만 뒤로 물러서지는 않았다. 회사를 다니면서 이것 저것 배우다 보니 날씨가 점차 포근해지며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봄에 피어난 꽃들을 구경하러 나오며 나도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러 나갔다.

달리기에 대한 생각

달리기는 누구도 배울 필요 없이 그냥 뛰면 되는 간단한 운동이다. 달리기로 실력을 구분한다면 얼마나 빠른 속력으로 이동하는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우리는 육상 선수가 아니고 일상 속 달리기에는 경쟁 상대가 없다. 의식해야 하는 상대는 오로지 나 자신이다.

 

달리다 보면 여러번 고비와 유혹이 찾아온다. '넌 충분히 할 만큼 했어', '저 앞에서 한번 쉬어가자'와 같은 내면의 목소리와 타협을 하게 되면 나는 앞으로도 내면에 굴복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이런 유혹을 견디다 보면 나 자신의 결정권, 주도권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달리기 말고도 다른 여러 운동으로도 좋은 루틴을 만들어나가면 결과는 똑같을거라 생각이 된다. 그러나 달리기 만큼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에게 몰두할 수 있는 운동은 없다고 생각한다.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주도적으로 나아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달리기를 권장하고 싶다.